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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현실 일기

(2021.08.14) 전역 후 1주일... 이렇게 살아도 되나?

onlim 2021. 8. 14. 15:58

2020.03.23 ~ 2021.08.08 (2021.09.29)

 

기나긴 군복무가 드디어 끝났다. 자세한 군대 관련 썰은 기회가 있다면 따로 얘기하도록 하겠지만 간단히 느낌만을 적자면,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지옥같은 기간이었을 것이다. 흔히 군대라 하면 병사들, 그러니까 선임이나 후임들이 문제가 되어서 지옥도가 된 경험을 많이 얘기하는데 나는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던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는 나의 보직, 그러니까 내가 하는 일이 같이 지내는 사람들보다 더 큰 스트레스였다. 무엇을 했는지는 부대 특성상 기밀이라 기록할 수 없지만, 머리를 많이 쓰는 직책인 것은 분명했다. 매일매일을 내가 하는 일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일정 기간 일을 한 이후에는 반드시 쉬어가는 것이 필요했다. 웃기는 일이다. 사실 군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던 것이 지친 대학 생활을 한 템포 쉬려는 목적이었는데 군대에 들어간 후 1년 반 동안 더 머리를 많이 쓴 것 같아서 말이다.

 

아무튼 그 머리 터지는 군대에서의 일상을 이어나가는 동안 그 "쉬어가는 것"이 제대로 이루어졌는가하면 그것도 아니다. 내 복무 기간 내내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마 앞으로도 계속?) COVID-19은 나와 병사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병사들이 일과 후 잠시 밖에 나갔다 올 수 있었던 제도인 평일 외출은 단 한 번의 외출 이후 "지역 내 감염자 1주일간 0명"이라는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 하에 막혔다. 주말 외출, 외박은 단 한 번도 못해봤었다. 그리고 정부의 방역 지침이 계속 갈피를 잡지 못하는 동안 병사들은 부대 내에 갇혀 휴가 통제가 풀리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때문에 작년 12월에 계획했었던 휴가가 무기한 연장됨에 따라 올해 초에는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이후 2월에 휴가 제한이 다시 완화됨에 따라 간신히 나올 수 있었고 6월에 마지막 일반 휴가를 다녀 온 뒤 지겨운 말년을 보내게 되었다. 모든 것이 다 지겹고 지루하게 느껴지고, 하루가 1년 같은 경험을 한 후에 드디어 군생활이 끝이 났다.

 

우선 지금 드는 생각은 드디어 내 삶에 있어서 진정한 의미의 휴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동안은 정말 생산적인 것, 머리를 쓰는 활동은 손도 대지 않고 집에만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주일간 방 안에서 게임만 하면서 집 밖을 나간 기억이 게임용 컴퓨터에 쓸 모니터와 케이블 선을 사기 위한 것 밖에 없는 것으로 봐선 이런 다짐을 잘 실천하고 있는 것 같다. 한 달간은 야숨, 핸드 오브 페이트, 오리 시리즈 등 시간이 없어서, 컴퓨터 사양이 부족해서 하지 못했던 것들을 천천히 할 생각이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이런 생활을 계속 해도 될까라는 심정이 들기에 앞으로 천천히 두뇌, 코딩 재활과 더불어 이 블로그에 일기를 쓸 생각이다. 물론 매일매일 성실하게 작성할 생각은 없다. 애초에 매일매일 뭔가 새롭고, 기록할만한 것들을 해야한다면 그것은 쉬는 것이 아닌 강박관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념할 만한 것이 있다면 바로바로 작성해서 올리도록 하겠다. 애초에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나중에 보고 "그 땐 이랬었지"하고 회고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글이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양해 바란다. 그리고 블로그 스킨도 시간이 될 때 뜯어 고칠 것이다.

 

복학을 바로 하지 않을 것이기에 앞으로 5 ~ 6개월 정도의 기간이 남아 있다. 좀만 더 쉬고 이 기간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 고민해 봐야겠다. 일단 좀만 더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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